(기초연금 도입을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던 칼럼 4. 오마이뉴스. 2005년 11월 6일) 윤석명 위원 (입력 2026년 9월 8일)

(2026년 하반기 현재
연금개혁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도입을
가장 반대했던
2005년 11월 6일
윤석명 위원의
오마이뉴스 칼럼이다.)
지금 잘 살자고 후대 허리 부러뜨릴 순 없다
[국민연금 지상중계-정부 안]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오마이뉴스(news)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71371&CMPT_CD=SEARCH
제도 도입 이후 20년도 경과하지 않은 국민연금이 호된 시련기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방향에 관해 정치권 및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개선안은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재정안정화에 치중하는 정부의 2003년 국민연금법 개정안 ▲조세방식 기초연금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야당의 개정안 ▲재정안정과 사각지대 해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열린우리당안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0월 열린우리당은 "정부안이 재정 안정에만 치중할 뿐 사각지대 해소방안은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였다.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만 60%에서 50%로 10% 포인트 하향조정하고 보험료는 현행대로 9%를 유지하되, 2008년 이후 보험료 인상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연금 사각지대는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소득수준에 따라 월 7만원에서 10만원까지 세금을 걷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25년 뒤 국민연금 역할 축소될 것

▲지난 2004년 12월 27일 오후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을 다루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야당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좌석에 앉아 있다. 권우성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연금법 개정안은 금년 6월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정안의 변형된 안이다. 당초 정부가 6월에 제시했던 개편안과 비교할 때 열린우리당 안은 재정안정화 방안에서는 대폭 후퇴, 사각지대 해소차원에서는 수급대상자 대폭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안이 변형된 정부안이기는 하나, 초고령사회를 대처하기 위한 연금개혁방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금년 6월에 제시된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좀 더 강력한 재정안정화 모색과 국민연금 발전 추이를 감안한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계산의 일환으로 2003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200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10% 포인트 하향조정하고, 부담수준은 9%에서 2030년까지 15.9%로 상향조정하는 안이었다.
이같은 정부안 제출 이후 두 가지 변수가 생겨났다. 하나는 재정안정에만 신경쓸 뿐 사각지대 해소방안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2005년 12월부터 기존의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퇴직금 8.3%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20% 정도의 소득대체율이 예상됨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하향 조정할 여지가 생겨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담측면에서 장기적으로 15.9%의 국민연금 보험료와 8.3%의 퇴직연금 보험료가 결합할 경우 부담수준이 24.2%로 지나치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금년 6월의 정부안은 재정안정과 관련해 현재 60%인 소득대체율을 2030년에 가서야 40%로 20% 포인트를 감소시키는 대신 보험료 부담수준은 13% 이하로 묶는 안이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상 향후 25년 동안 효과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할 경우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어 국민연금의 역할을 그만큼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현 노령층의 소득보장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 하에 65세 이상 노인 45%에 대해서는 세금을 걷어 월 8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함으로써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세금을 걷어 연금을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야당의 조세방식 기초연금과 공통점이 있음에도 정부안은 여당안은 물론 야당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부안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복지욕구 조사에 의해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45% 가량 될 것이라는 연구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연금 도입역사가 짧은 관계로 2005년 말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13.5%에 불과하나, 연금 도입역사가 길어질수록 연금수급자수가 급증할 것이다. 국민연금 장기추계에 의하면 2030년경 국민연금 수급자가 65세 이상 전체노인의 55% 이상이 되어 지금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적어 노인빈곤문제가 심각하지만 본격적인 국민연금 수급시대에는 빈곤노인비율이 급감할 것이라는 점을 착안한 것이 정부안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45% 정도의 노인에게 지급될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이 국민연금 수급자 증가추이에 맞추어 2030년에는 25% 선으로 감소될 것이다. 이로 인해 초고령사회에서 후세대의 부담을 현격하게 덜어줄 수 있다.

▲지난 2004년 광화문 교보문고 옆에서 한국납세자연맹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개정법안 결사저지와 국민연금 폐지를 위한 범국민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국민연금 철폐' 전단을 꼬마 머리에 씌우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복지선진국가가 조세방식 기초연금 폐지하는 까닭
주지하다시피 '조세방식 기초연금'이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일정연령(가령 65세 이상)에 도달한 시점부터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지급되는 연금액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초연금을 도입할 경우 노인빈곤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요즈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학대받는 노인 등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신의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노인들에 대한 효과적인 소득보장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이렇게 좋은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는 제도도입 이후 장기적으로 생겨날 부정적인 효과를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방식 기초연금이란 이미 퇴직한 노인들을 위해 현재 근로세대로부터 세금을 걷어 퇴직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당연히 노인 수가 적고 근로활동인구가 많은 사회 또는 국가에서는 제도운영에 별 어려움이 없다. 더욱이 상당수 OECD 국가들이 조세방식 기초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 역시 조세방식 기초연금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고성장·고출산 등 조세방식 기초연금을 도입하기에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제도를 도입했다는 특징이 있다. 즉 매년 경제성장률이 높았고, 신생아 출산율도 높아 노인을 부양할 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기초연금을 도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저성장과 저출산, 평균수명 증가 등 기초연금 유지에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주변환경이 바뀜에 따라 조세방식 기초연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흔히 우리가 복지국가의 전형으로 알고있는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 사회복지선진국 역시 이미 기초연금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였다.
초고령사회에도 지속가능한 연금안은 뭘까
외국은 그렇다치고 우리는 어떠한 문제가 있어 조세방식 기초연금 도입에 정부가 그렇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낮은 출산율과 평균수명의 급속한 증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노인들을 먹여 살릴 경제활동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연금 수급자가 될 노인인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조세방식 기초연금은 연금수급자 비율이 노인인구의 100% 또는 80%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노인인구가 급증할 초고령사회에서는 후세대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세방식 기초연금은 자기가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연금이 지급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당년도 경제활동인구로부터 걷어들인 세금으로 연금액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인인구가 적을 경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나, 노인수가 급증하는 반면 출산율 하락으로 경제활동인구는 급감할 초고령 사회에서는 경제활동계층의 부담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세방식 기초연금을 도입할 경우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2020년 이후 엄청난 재원소요로 인해 후세대의 허리가 부러질 위험이 있다. 우리 잘 먹고 잘 살자고 후세대의 허리를 부러뜨릴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것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 세대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덜 받는 방향으로의 국민연금 제도개선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는 연금액 삭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윤석명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둘러볼 때 우리에게 제시되는 장밋빛 제도들이 초고령사회에서도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이 없거나 부담여력이 없으면 제도가 파탄날 수밖에 없는 것이 연금제도이다. 그러나 인기영합주의로 인해 한 번 도입된 제도는 그 제도가 파탄날 때까지, 투표권을 의식한 정치집단으로 인해 적기에 고쳐지기 어렵다는 것이 연금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사실이다. 국민연금개혁방향과 관련하여 보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71371&CMPT_CD=SEA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