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시선] ‘코스피 함정’과 ‘국민연금 함정’ (2026.05.20.)
2026.05.20조회수 0
- #국민연금법
![[하현옥의 시선] ‘코스피 함정’과 ‘국민연금 함정’ (2026.05.20.)](/uploads/2026/05/1779269187562.jpg)
실제로 지난해 9월 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익률 목표를 기존(연 4.5%)보다 1%포인트 높인 연 5.5%로 잡으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73년으로 늦춰진다.
수익률 목표를 2%포인트 높인 6.5% 시나리오에서는 기금이 2090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률 제고로 국민연금 ‘생명 연장’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낙관론은 스멀댄다. 지금 흐름대로면 국민연금은 4년 연속 최고 수익률을 경신할 듯하다. 1등 공신은 국내 주식이다. 지난해 코스피가 76% 뛰면서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82.4% 상승했다. 국민연금의 최근 3년 운용수익률(2023~25년)이 16.05%로 훌쩍 높아진 이유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74%가량 오른 것만 감안해도 수익률 신기록 행진은 가능할 전망이다.
(중략)
기준대로라면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한도는 14.9%다.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3%포인트)와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한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2%포인트)를 감안해도 국내 주식을 최대 19.9%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SAA 한도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며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포트폴리오 목표치의 10%포인트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위가 결정한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특정 자산이 목표치를 밑돌거나 넘으면 이를 사고판다. 기계적 자산 리밸런싱(재조정)이다.
가격이 오른 자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가격이 내려가거나 상대적으로 싼 자산을 사들여 수익 제고를 꾀했다.
원칙상 국내 주식 비중이 17.9%를 넘으면 국내 주식을 팔아야 했지만, SAA 한도 유예 조치로 리밸런싱이 이뤄지지 않으며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확대됐다.
문제는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다음 달이다.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에 나서면 최대 130조~165조원의 ‘매도 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기금위에서 최종 확정되는 ‘2027~31년 중기자산배분안’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시장의 충격을 막으려 국민연금이 주식을 끌어안고 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국민의 노후 자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거대 공룡이 되고 국내 주식이 국민연금의 자산 바구니를 너무 많이 차지하게 되면 상호파괴적 결말에 이를 수 있다.
아직은 연금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보다 많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주식 등을 팔아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주가 하락으로 연금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국민연금은 ‘코스피 함정’에 코스피는 ‘국민연금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국민연금 자산 배분과 관련해 기금위가 우선순위에 놓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노후 자산인 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이다.
어쩌다 증시 부양에 동원된 국민연금이 곳간을 불리긴 했지만, 상호파괴적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제 현명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우리 때(정부)만 아니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국민연금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