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연금연구회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결정, 판단근거·위험평가 공개해야”… 공단 “한 달 새 적립금 181조 4천억 감소” (2026.10.29.)

(2026년 9월 29일
연금연구회 성명서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한 천지일보 기사다.)
국내 주식 비중 확대·매도
유예 결정에 문제 제기
“국민 노후자금 운용 원칙 변경,
충분한 검증 필요”
주가 하락 시 손실 확대 가능성…
인과관계는 미확인
기금 적립금 변동성 경고하며
위험관리 중요성 강조
국회에 회의록 제출·의사결정
책임 명확화 촉구
[천지일보=이문성 기자]
국민의 노후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안정성을 둘러싸고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리밸런싱을 유예한 결정이 장기적인 기금운용 원칙에 부합하는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금 분야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29일 ‘결론은 공개하고 근거는 봉인하는가? ―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근거를 공개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이미 결정된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의 판단 근거와 위험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리밸런싱 유예 결정으로 국민연금이 당초 계획보다 높은 국내 주식 비중을 보유하게 됐다면 주가 하락 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어떻게 평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연구회(연구회)는 기존 자산배분 원칙을 변경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었는지, 어떤 위험과 대안을 검토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를 국민과 국회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 노후 지탱하는 연금기금… 운용 안정성 중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경제활동 기간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노령이나 장애, 사망 등으로 소득활동이 어려워졌을 때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제도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은 은퇴 이후 소득 감소와 노후 빈곤을 완화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사회안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이러한 연금급여 지급을 뒷받침하는 재원이다. 따라서 기금운용에서는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과 함께 장기적인 지급 능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투자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적 기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기금운용 성과는 장기적인 연금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현재 가입자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부담과도 연결될 수 있다.
연구회가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판단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러한 국민연금의 공적 성격과 관련이 있다.

29일, 연금연구회는 국민 노후생활을 지탱하는 공적 기금의 특성상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리밸런싱 유예 결정에 따른 위험평가와 판단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연금연구회 13차 세미나 현장. (출처: 연금연구회)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금이라면 투자 원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는 것이 연구회 입장이다.
◆리밸런싱이란… 시장 변동에도 투자 비중 유지하는 장치
리밸런싱(Rebalancing)은 주식과 채권 등 투자자산의 비중이 시장가격 변동으로 달라졌을 때 당초 정해 놓은 목표 비중에 맞춰 자산을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여러 자산에 기금을 나눠 투자한다. 이는 특정 자산의 가격 변동이 기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 전략이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이 20%이고 허용 상한이 25%라고 가정할 경우, 주가 상승으로 실제 비중이 27%까지 높아지면 일부 주식을 매도해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주가 하락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 아래로 내려가면 필요한 범위에서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정은 단기적인 주가 상승과 하락을 예측해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한 자산배분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위험관리 수단이다.
실제 기금운용에서는 목표 비중을 중심으로 일정한 허용 범위를 설정하기 때문에 투자 비중이 조금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매매하는 것은 아니다.
‘리밸런싱 유예’는 자산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일정 기간 매매를 미루도록 하는 조치다.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리밸런싱을 유예하면 국민연금은 당장 주식을 매도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대규모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줄일 수 있고, 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기금 수익률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당초 계획보다 많은 국내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손실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결국 리밸런싱 유예는 단순히 주식 매도 시점을 늦추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감수하는 투자위험의 수준을 변경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채권 등 자산별 투자 비중을 조정해 위험을 분산하고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리밸런싱 과정을 형상화한 이미지. ⓒ천지일보 2026.10.29.
◆“리밸런싱 유예, 어떤 위험평가 거쳤나”
연금연구회는 2026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고 리밸런싱을 유예한 결정에 주목했다.
연구회는 전략적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원칙이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변경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자산배분은 장기적인 수익성과 위험을 고려해 자산별 투자 비중을 정하는 것이며, 리밸런싱은 이러한 전략이 시장 변동 속에서도 유지되도록 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목표 비중을 변경하거나 리밸런싱을 유예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전에 정한 자산배분 원칙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가 요구하는 것은 이미 내려진 유예 결정의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다.
구체적으로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높이거나 리밸런싱을 유예할 당시 주가 하락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예상했는지, 그에 따른 기금 손실 위험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예정대로 리밸런싱을 실시하는 방안과 유예하는 방안을 비교했는지, 각각의 기대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어떻게 분석했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연구회는 시장 환경이나 장기적인 투자 전망이 달라졌다면 자산배분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 원칙을 변경하는 결정일수록 충분한 위험평가와 대안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금 적립금 감소 사례 제시… 한 달 새 적립금 181조 4천억 감소
연금연구회는 성명서에서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의 변동 규모를 제시하며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은 2026년 6월 말 1865조 6000억원에서 7월 말 1684조 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공단이 발표한 수치대로라면 한 달 사이 적립금이 181조 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6월 말 대비 약 9.7%에 해당한다.
이러한 평가손실에 대해 연구회는 이러한 감소가 리밸런싱 유예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기금 적립금의 증감에는 주식과 채권 등 보유자산의 평가액 변동뿐 아니라 환율, 보험료 수입, 급여 지급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적립금 감소액 전체를 투자 손실이나 리밸런싱 유예의 결과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구회가 해당 수치에 주목한 취지는 국민연금처럼 규모가 큰 기금은 시장 변동에 따라 자산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위험관리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리밸런싱을 정상적으로 실시했을 경우와 유예했을 경우의 투자 성과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유예 결정에 따라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주가가 하락했다면, 당초 계획대로 주식을 매도했을 때보다 손실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했다면 유예 결정이 수익률을 높였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유예 조치가 실제 기금 손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당시의 자산배분 비중과 이후 시장 변동, 대체 투자자산의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판단할 수 있다.

29일, 연금연구회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한 달 새 181조 4000억원 감소한 사례를 들어 기금운용의 위험관리 중요성을 강조하고,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적정성과 손익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지 자료는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됐다. ⓒ천지일보 2026.10.29.
연구회의 문제 제기는 손실 발생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 위험을 확대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공개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결정은 공개하면서 판단 근거는 왜 감추나”
연구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변경과 리밸런싱 유예 결정을 공개하면서도 그 판단 근거가 담긴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 측은 회의록 공개가 투자전략을 노출하거나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일정 기간 비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구회는 이미 리밸런싱 유예 사실과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변경 내용이 공개된 상황에서 결정의 합리성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체적인 매매 시점이나 투자 종목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보호하더라도 위험평가와 대안 검토 결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은 공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회는 회의록의 대국민 공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제도가 의사결정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요구할 경우 관련 회의록을 비공개로 제출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연구회는 “4년 비공개는 4년 면책이 아니다”라며 투자정보 보호와 기금운용 결정에 대한 공적 검증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노후자금 운용 결정, 책임 주체 명확해야
연구회는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금운용의 주요 정책 심의·의결기구이며, 국민연금공단은 결정된 운용정책에 따라 실제 기금운용 업무를 수행한다.
연구회는 중요한 운용 원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고, 어떤 위험을 검토했으며, 어떤 대안을 선택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록은 향후 투자 결과를 평가할 때 당시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투자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분한 위험평가 없이 기존 원칙을 변경했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이 작용했다면 별도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연구회는 기금운용 성과가 좋을 때는 수익률을 강조하면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특정 결정에 대한 사후 책임 추궁을 넘어 국민연금기금의 주요 운용 결정이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국회 검증·위험평가 공개·책임 제도화 촉구
연구회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안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우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연금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해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 주식 목표 비중 변경에 관한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을 제출받아 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매매정보는 보호하되, 유예 결정의 판단 근거와 위험평가, 검토한 대안 및 주요 논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앞으로 전략적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원칙을 변경하거나 유예할 경우 그 사유와 대안 검토 결과를 기록하고 사후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요한 기금운용 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경제활동 기간에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노후생활의 안정과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다.
따라서 기금운용의 성과뿐 아니라 투자 원칙을 변경하는 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도 중요하다.
연구회가 이번 성명서를 통해 제기한 핵심은 리밸런싱 유예가 실제 손실을 초래했는지에 대한 단정이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기존 투자 원칙을 변경했다면 그 결정이 국민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는지, 예상되는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국민과 국회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있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처: 연금연구회)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상철 한세대 교수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결정에 대해 여러 의견과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 과정과 판단 근거를 공개해 객관적인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어떤 의견이 제시됐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판단이 이뤄졌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