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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조선일보. 9월 16일) [태평로]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기초연금 개편 무산

2026.09.16
(조선일보. 9월 16일) [태평로]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기초연금 개편 무산

스스로 “이상하다” 지시해 놓고
중간 보고 무시하다

막판에 제동
이번 발표는

1년짜리에 불과해
지금부터 제대로 논의·개편을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안을 무산시킨 지 2주가 지났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새로 내놓은 안은 기초연금 받는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내년에 소득 하위 30%에 올해보다 3만원 더 주는 내용이다.

고쳐야 할 핵심,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사람에게도 기초연금을 주는 문제는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정은경 복지부 장관 말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기초연금 개편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월 소득 250만원(소득인정액이라 실제 소득은 2배 가까운 사람도 받을 수 있음)인 사람이 34만원 받는 게 좀 이상하다”며 “재정 부담은 1년에 몇 조원 늘어나는데 그게 맞느냐”고 말했다.

소득 하위 70%에게 일률적으로 주다 보니 생기는, 여유 있는 65세 이상에게도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주는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하후상박식으로 해야”라고도 말했다. 지급 기준과 하후상박 개편을 동시에 얘기한 것이다.

이에 정 장관은 7월 16일 이 대통령도 참석한 청와대 업무 보고에서 “하후상박 원칙은 정해져 있고,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으로 변경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KDI, 국민연금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많은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편 방안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국회나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그 후로도 복지부가 몇 차례 기초연금 개편안 중간 보고를 올려도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내년도 국비 예산만 25조7000억원인 국내 최대 복지 사업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일까.

복지부는 이를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으로 고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7월 말 기초연금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부처 간 조율까지 끝낸 것 같다.

그런데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로 예고한 기초연금 개편안 설명회를 1시간 전 돌연 취소했고, 지난 1일 나온 최종안은 선정 기준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안이었다.

결국 청와대에서 틀었다는 얘기인데 왜 그랬는지 이유 설명도 없다.

다른 사안과 달리 기초연금 개편은 이렇다 할 반대 목소리가 나온 적도 없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서 중·장년층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만 나올 뿐이다.

밀려서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이상하다”며 추진하라고 지시해 놓고 이렇게 허망하게 무산시킨 예가 또 있었나 싶다.

며칠 전 이 대통령이 만나고 온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큰 정치적 부담과 사회적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연금 개혁을 해냈다.

이 대통령은 기초연금 개편을 하더라도 당장 정치적 손해가 나타날 상황도 아니었다. 오히려 재정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65세 이상은 더 두껍게 지원하는 개편이라면 박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허망하게 주저앉을 일이 아니다.

이번 방안이 대통령 지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뤄졌고 전문가 논의 등 사회적인 숙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기초연금 발표는 1년짜리다. 내년 이후 어떻게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1년 정도 논의할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선정 기준을 어떻게 바꾸든 여유 있는 65세 이상은 받지 않는 방향으로 할 필요가 있다.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게 설계하는 등 부작용은 물론 정치적 반발도 최소화할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98603?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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