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연금연구회 성명서 보도) 연금연구회 “정부·시민단체 공동주최 기초연금 토론회 편향”… 공정한 사회적 논의 촉구 (2026.11.06)

“시민 대표성 없는 증언대회” 비판
정부위원회 공동주최 중립성 논란
수십조원 재정 부담·세대 간 형평 쟁점
전문가 검증·이해관계자 균형 참여 필요
시민 숙의 거쳐 정부·국회가 최종 책임
[천지일보=이문성 기자]
연간 수십조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기초연금 개편을 놓고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노인 빈곤 완화와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이 맞물린 정책인 만큼 특정 단체 중심의 토론을 넘어 전문가 검증과 세대별 이해관계자 참여, 시민 숙의를 결합한 사회적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금연구회는 6일 성명서를 내고 ,
같은 날 오후 2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공동 개최하는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바람직한 기초연금 개편의 길’ 시민 증언대회 및 토론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연구회는 성명서 제목을 ‘시민을 앞세우지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라’로 정하고 “누가 이들에게 ‘시민’을 대표할 권한을 주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문제 제기는 기초연금 확대 여부에 대한 정책적 찬반을 넘어 정부가 관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얼마나 공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증언대부터 좌장석까지 같은 진영”… 참여자 선정 비판
연금연구회가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행사 참여자의 구성이다.
연구회에 따르면 시민 증언자 4명 가운데 조직 직함 없이 참여하는 사람은 기초연금 수급자 1명이다.
나머지는 한국노총 전국시니어노동조합 부위원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퇴직자지부 관계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로 구성됐다.
연구회는 청년 대표로 참여하는 단체 역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책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장은 공동주최 기관인 사회대개혁위원회 분과장이 맡고, 발제자는 주관단체의 정책위원장이다.
토론석에는 참여연대 관계자와 노동계 인사, 민주당 추천으로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학자 등이 참여한다는 것이 연구회의 설명이다.
연구회는 이를 두고 “판을 짠 쪽이 사회를 보고, 발제를 하고, 증언대까지 채웠다”며 참여자 선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관계자가 정책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역시 이해관계자로서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특정 정책 방향을 지지하는 단체 관계자 중심으로 행사가 구성됐다면 그 결과를 시민 전체의 의견이나 사회적 합의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위원회 공동주최… 공적 중립성 논란
이번 성명서에서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의 역할이다.
연금연구회는 정부위원회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하고,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사가 열리며, 해당 위원회의 분과장이 좌장을 맡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연구회는 이를 “정부의 이름과 공간을 빌려 ‘시민’을 내세우는”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특정 정책 노선을 가진 단체의 행사에 정부위원회가 공적인 권위를 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주최 측이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에 대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부족했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개최하는 행사에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충분히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간단체가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영역이다. 그러나 정부위원회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행사 성격과 참여자 선정 절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기회가 있었는지 등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위원회의 공동주최 자체가 곧바로 공정성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절성 여부는 위원회 내부의 승인 절차와 행사 기획 과정, 참여자 선정 기준 등을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
◆기초연금 25조원 시대… 노후보장과 미래세대 부담 함께 고려해야
기초연금 개편 논의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제도가 갖는 재정적 규모와 세대 간 이해관계 때문이다.
연금연구회 성명서에 따르면 주최 측은 2027년 기초연금 수급자가 약 800만명, 소요예산이 25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보험료 적립이 아닌 조세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급여 수준과 수급 대상의 변화는 현재 노인의 소득보장뿐 아니라 장래 국가재정과 근로세대의 조세 부담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의 확대 여부와 지급 대상, 국민연금과의 관계는 장기간에 걸친 재정적 영향을 검토해야 하는 문제다.
연금연구회는 주최 측이 정부에 중기재정전망 제시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주장하는 집합적 부양체계 강화에 대해서는 장기 재정추계를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구회는 “2040년, 2050년, 나아가 그 이후의 예상 소요비용에 대한 추계 자료부터 내놓아야 한다”며 정책 대안에 동일한 검증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기초연금 개편은 노인 빈곤 완화와 재정 지속가능성, 세대 간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제다.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만을 중심으로 논의할 경우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정적 근거와 정책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중요하다.
◆전문가 검증·이해관계자 참여·시민 숙의 결합해야
이번 논란은 향후 기초연금 개편 논의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도 제기한다.
합리적인 논의 구조를 마련하려면 우선 연금·재정·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들이 정책 대안별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급여 확대와 선별 지원, 국민연금과의 연계 개편 등 서로 다른 대안에 대해 노인빈곤 개선 효과와 장기 재정 부담을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어 기초연금 수급자와 노인단체뿐 아니라 청년, 근로자, 납세자, 취약계층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특정 단체의 직책을 가진 인사만을 시민 대표로 선정하기보다 공개모집과 추천, 이해관계 검증 등을 병행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공식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경우에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숙의 절차도 필요하다.
무작위 표집을 통해 구성한 시민참여단에 상반된 정책 대안과 균형 잡힌 학습자료를 제공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다.
이는 연금연구회가 성명서에서 지적한 무작위 표집, 상반된 견해의 대등한 배치, 균형 잡힌 학습자료 등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정책 토론회에 반드시 이러한 절차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사 결과를 시민 전체의 의견이나 사회적 합의로 제시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표성과 숙의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의 뜻”보다 중요한 정책 결정의 책임
전문가 검증과 시민 숙의가 이뤄지더라도 기초연금 개편에 대한 최종 결정과 책임은 정부와 국회가 져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시민참여는 정책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수단이지만, 국가재정과 입법에 대한 책임을 시민에게 넘기는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금연구회 역시 성명서에서 “추계와 검증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야 하며, 제시된 여러 대안 중에서의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참여연대에 행사의 성격을 시민 증언대회가 아닌 자신들의 정책 토론회로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대개혁위원회에는 특정 단체와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정부청사를 사용하도록 한 경위를 밝히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연구회는 “우리는 연금연구회의 이름으로 말하고, 그 근거와 결과에 대해 책임질 뿐”이라며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동원된 시민의 이름이 아니라, 검증할 수 있는 숫자와 자신들의 이름을 걸어 놓고 져야 할 책임”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기초연금 개편 방향에 대한 찬반을 넘어 정부가 얼마나 공정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현재 노인의 생활보장과 미래 세대의 부담이 함께 걸린 정책일수록 참여자의 다양성과 절차적 정당성, 객관적인 재정 검증이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