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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조선일보. 2026년 10월 13일) [사설] 한 달 새 국민연금 181조 ‘증발’, 섣부른 주가 정책에 대한 경고

2026.10.13
(조선일보. 2026년 10월 13일) [사설] 한 달 새 국민연금 181조 ‘증발’, 섣부른 주가 정책에 대한 경고

코스피 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6400선까지 무너졌다.

넉 달 전 9000을 넘었던 고점 대비 하락률은 30%에 육박한다. 외국인은 12일 하루에만 2조원 넘는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시장을 흔든 더 큰 충격은 삼성전자의 실적 역설이었다.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에도 주가는 4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46.4%로 금융 위기가 번지던 2008년 1월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사상 최대 실적마저 외면당하는 결과는 증시가 단순한 실적 수치나 부양책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미래 불확실성과 본질적 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함을 보여준다.

넉 달 전인 지난 6월 22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자 정치권 등에서는 ‘코스피 1만’을 내세우며 “부동산 대신 주식을 사라”고 부추겼다.

오를 땐 치적이라며 섣부른 부양 구호를 쏟아냈지만, 구호에 들뜬 사이 외국인은 차익을 챙겨 떠났다.

올 들어서만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99조원에 달하고, 이 중 약 150조원이 정치권이 주식 투자를 부추기던 증시 상승기에 집중됐다.

급격한 코스피 변동의 부작용은 국민 노후 자금에도 상흔을 남기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가가 치솟자 지난 5월 국내 주식 비중 상한선을 14.9%에서 20.8%로 올렸다.

그 바람에 고점에서 덜어냈어야 할 물량을 끌어안은 채 급락장을 맞으면서 기금 자산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181조원이 증발했다.

한 해 지급할 연금 총액의 3년 치를 웃도는 금액으로, 국내 주식 평가 손실만 125조원에 달한다.

폭락 장세 속에서도 7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4.9%로 목표치를 4%포인트 이상 웃돈다.

연말 재점검 때 목표치에 맞추면 수십조 원 매도가 불가피하고, 미루게 되면 연금 운용 원칙이 무너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메우던 개인들도 3분기에만 6조원 가까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대신 미국 주식을 10조원 넘게 사들이고 있다.

정치권과 당국은 주가지수를 정책 성적표로 삼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국민연금 역시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수익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증시는 앞으로도 오르내릴 것이다.

오를 땐 숟가락을 얹고 내릴 땐 손을 대려는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더 비싼 수업료로 돌아올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4003398?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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