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금연구회

연금개혁, 독일과 일본에서 배워라

2025.03.30

[한국일보 · Deep&wide · 2025년 3월 31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국민연금 논쟁에서 간과해선 안 될 일이 있다. 연금정책의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다. 백지상태가 아닌, 장기간 운영해 온 제도에 내재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 공적연금은 독일 비스마르크형 연금제도를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입됐다. 비스마르크형이란 남편 혼자 경제활동을 하던 시대에 노후에도 부부가 생활할 수 있도록 후한 연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정작 독일과 일본은 '후한 연금' 원칙을 버리고, 2004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독일은 출산율·평균수명·경제성장률 추이가 연금제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속가능성계수(Sustainability factor)로 보완한다. 이들 요인 때문에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졌다고 판명되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제도를 고치는 방식이다.

일본은 2004년에 '매크로 슬라이드'라는 개념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사회·경제 상황 변화 추이를 연금에 반영하되,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해 각각 시나리오에서 재정안정이 달성될 수 있는 자동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은 내는 돈과 받는 돈의 균형, 즉 수지균형이 이뤄지도록 보험료를 18.3%까지 인상했다. 100년 뒤에도 1년치 연금을 줄 돈을 확보한 '100년 튼튼 연금'이 가능해진 이유다.

물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재정안정은 달성되지만 적정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수반된다. 일본은 '소득대체율 50%'를 최저소득보장 하한으로 설정해 해결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일본 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 50%'는 부부 기준, 즉 2인 기준의 소득대체율이라는 점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과 전업주부로 이뤄진 가구 기준 소득대체율의 합계치다.

이를 우리와 동일한 1인 기준 소득대체율로 환산하면 32.4% 수준에 머문다. 보험료율(18.3%)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데도, 소득대체율은 훨씬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보다 '훨씬 더 내고 훨씬 덜 받는 구조'가 100년 뒤에도 연금 줄 돈을 확보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가 연금을 배워 온 독일과 일본은 경로 의존성 측면에서 큰 시사점을 주는 나라다. 일본은 공적연금 통합 운영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무원도 2015년부터 일반 국민과 100% 동일한 연금제도 적용을 받고 있다. 올 한 해에만 적자 보전으로 10조 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우리 공무원연금과 큰 차이가 있어서다.

출처: 한국일보 원문 보기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