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위험한 꿈
- #국민연금법

「 취임사에서 청년주택 해결 주장
국민 전체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주택·외환 정책에 동원 자제하길」
지난 17일 김 이사장의 취임사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처음부터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신의 ‘오래된 꿈’이라며 “국민연금은 심각한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결혼을 미룬 청년들과 보금자리를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재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취임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당연히 국가 재정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누군가에겐 ‘오래된 꿈’인지 몰라도 다수의 국민에겐 ‘끔찍한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중략)
최근 외환시장에선 정부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방어하는 데 국민연금을 동원할지 모른다는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공식적으로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동원론을 부인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를 확대하는 길을 열어놨다. 전략적 환헤지는 언젠가 원화가치가 상승(환율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의 환차손 발생 위험은 줄어들지만, 동시에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축소된다. 경우에 따라 전략적 환헤지가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전략적 환헤지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하느냐다. 혹시라도 환율 안정이란 목표를 위해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 위험천만이다. 국민연금은 특정 정권이나 진영이 마음대로 써도 좋은 쌈짓돈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귀중한 노후자금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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