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becomes an amplifier, not a stabilizer (KOR) (2026.07.21.)

(연금연구회는
중앙일보의 소신있는 칼럼에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안전판 대신 증폭기가 된 국민연금
서경호 논설위원
“지방선거 때문에 공단이 국내 주식을 마구 사들여서 주가를 올렸다는 소문이 있더라. 실제로 매입했느냐?”(이재명 대통령)
“전혀 그렇지 않다. 원래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코스피 지수가 오르며 평가액이 늘었다.”(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문답이다.
관련 기사가 교수·언론인이 모인 카톡방에 뜨자 “잘 짜인 문답 각본?” “속 보인다” “훗날을 대비한 알리바이 축적” 등의 냉소적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한 게 아니라 주식평가액이 늘었는데도 자산 배분 원칙대로 매도하지 않은 게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0.5%포인트 올리고 국민연금에 허용된 주식 비중을 넘어설 때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5월엔 다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이고 시장 대응을 위해 이 목표 비중을 벗어나게 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확대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상승장을 활용해 수익을 실현해 온 그간의 운용 원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상반기 149조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에게 좋은 일만 시켰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외국인이 주식 팔아 달러로 대량 환전하는 바람에 원화 약세는 더 심해졌다.
“국민연금은 상반기 국내 금융시장에서 안전판(stabilizer)이 아닌 증폭기(amplifier)로 기능했다”는 외국계 증권사 바클레이즈의 지난달 보고서는 통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8.82%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2000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고 실적이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국민 노후의 최종 보루인 국민연금에 중요한 것은 장기수익률과 안정성이다. 주식을 팔지 않아 단기 수익률을 잠깐 높일 수 있었겠지만, 연금 운용의 독립성에 대한 믿음이 훼손됐다.
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 3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주식 목표 비중을 늘리는 5월의 국민연금 결정과 관련해 “기금 운용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며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와 기금을 정부 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변동성의 원인이라는 시각에 김성주 이사장은 억울해했다. 그는 최근 SNS에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7%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을 과도하게 평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 코스피가 4000~5000선이던 올해 1월과 7000~8000선까지 치솟았던 5월에 국민연금은 주식 리밸런싱을 미루는 결정을 했다. 큰손인 연금이 주식을 당장 팔지 않겠다니 개미투자자는 환호했지만 뒤늦게 큰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증시는 하루이틀 걸러 ‘롤러코스피’ 곡소리가 나올 지경인데 연금은 시장 안전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연금의 주식 몸집을 진즉에 줄였다면 시장의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고 급락기에 시장 안전판 역할도 톡톡히 했을 것이다. 아쉬울 따름이다.
국민연금의 1월과 5월의 잘못된 결정에는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 7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산하 기관의 업무보고에서 막 임명된 김성주 이사장에게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할 얘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건 명확하고… 주식시장에 대해선 말하기 조심스럽고 위험하긴 한데 국민연금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거론하면서 국민연금의 ‘고민’을 주문한 대통령. 무슨 ‘고민’인지 알 것도 같다.
총선에 나가겠다고 연금공단 이사장직을 중도 사퇴했던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금융시장에 밝은 전문가가 국민연금 이사장이 됐다고 해도 주식을 내다 팔기는 쉽지 않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