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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논쟁] 국민연금기금 일부를 기초연금에 써도 되나

2013.01.25

[중앙일보 · 논쟁 · 2013년 1월 26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산업화의 역군인 노인의 높은 빈곤율과 이에 따른 높은 노인 자살률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등장한 것이 기초연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낮출 수 있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 활동 이후 연금 개편 논쟁의 중심에 기초연금이 있었다.

연금 개편 논의가 폭발력을 지닌 까닭은 연금제도 자체의 경로의존성(path depen dence) 때문이다. 97년 기초연금 도입을 검토할 때만 해도 국민연금뿐이었다. 지금은 기초노령연금이 추가돼 있다.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만 연금을 주는 사회보험제도인 반면 기초노령연금은 세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공공부조 제도다. 두 제도가 너무나 다르다 보니 통합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기초노령연금 도입 당시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한시적인 제도로 인식했다.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현 노령층을 위한 준보편적인 제도로 도입한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자 수에 맞추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인 기초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2060년께 수급 대상자가 4배 증가하고 급여 수준이 2배 증가함에 따라 제도 유지 비용이 8배 이상 늘어난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에서 기초연금을 폐지하거나 비중을 축소한 이유다.

보편적인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는 약 500만 명의 납부 예외자와 상당수 전업주부 등에게도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소득 대체율이 축소될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다. 지금도 월 100만원 소득자는 국민연금을 20년 부어봤자 연금액이 30만원을 조금 넘는다.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이 줄어들면 저소득층에게 국민연금은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없는 돈 쪼개서 국민연금을 붓겠는가?

통합 운영이 자칫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기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소득층의 노후 소득원이 기초연금에 한정돼 기초연금 급여 인상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적은 액수의 기초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초고령 사회 대처 차원에서 본인의 자조 노력을 강조하는 외국의 연금개혁 동향과도 맞지 않는다. 연금 사각지대 축소 차원에서 도입된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취지와도 배치된다.

통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남한 인구의 2분의 1 수준인 북한에 대한 기초연금 소요 재원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수 있다. 독일의 통일비용 중 연금이 25%를 차지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저소득층의 노후 빈곤 해소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취약 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필요한 이유다.

2007년 개혁 당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를 12.9%까지 인상하려 했다. 취지가 좋더라도 국민연금기금 일부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순간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보험료 인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통합방안은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중앙일보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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