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없는 나라, 소외된 노인 세대 [이근면의 시사라떼] (2026.05.23.)
- #연금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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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일하는 노인을 보면 안쓰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다르게 본다. “사회가 역할을 남겨두었다”고 인식한다. 같은 고령 노동이지만, 하나는 방치된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설계된 선택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은퇴 없는 나라가 문제인가, 아니면 은퇴 이후의 역할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문제인가.
일본은 은퇴 없는 사회를 전제로 삼고, 노동의 강도와 형태를 재설계했다. 한국은 은퇴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노인을 제도 밖으로 밀어냈다.
이 차이는 세대 갈등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노인이 일하면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단순·관리·안내 노동이 청년의 전문·기술 노동과 충돌하지 않도록 구조를 분리했다. 경쟁이 아니라 분담의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이제 한국도 선택해야 한다. 은퇴를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선택 가능한 은퇴를 만들 것인가. 자동화를 무조건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 영역에서는 사람을 남겨둘 것인가. 효율만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볼 것인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은퇴 이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소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노후는 선택이 아니라 강요다. 둘째, 노인 일자리를 단기·구호성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로 재정의해야 한다. 일본처럼 남겨둘 일자리, 조정할 노동, 완화할 강도를 설계해야 한다. 셋째,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노인은 부담이 아니라 자원이고, 노동은 청년만의 권리가 아니다. 중장년은 자신의 노후를 개인의 문제로만 미루지 말고, 제도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청년 역시 은퇴 없는 사회가 곧 자신의 미래임을 직시해야 한다.
은퇴 없는 나라는 실패한 나라가 아니다. 실패한 것은, 오래 살게 해 놓고 그 삶을 준비하지 않은 사회다. 일본은 불완전하지만 준비했다. 한국은 아직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은퇴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선택이 없는 노후가 문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43/0000098166?sid=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