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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SBS Biz) 프랑스 뒤덮는 시위 '들불'…유럽 재정위기로 번지나? (2026.10.23.)

2026.10.23

[앵커]

프랑스가 대혼란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학생 시위에 먹고 사는 경제 문제,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 문제와 이민자 문제까지 더해져, 그동안 억제됐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상황이 됐고요.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정치 쟁점이 됐습니다.

민낯이 드러난 프랑스의 재정 상황과 유럽의 생활고는 재정위기 2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정광윤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시위가 처음 불붙은 건 지난달이었죠?

[기자]

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 파리 남동부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시위가 시작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사 숫자나 시설 등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학교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였는데요.

불과 일주일 만에 프랑스 전국 180여개 학교로 확산됐습니다.

여기에 9월말~10월초 공공부문 파업까지 맞물리면서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경찰의 과격한 진압도 사태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10대 중반 청소년들이 시위 진압용 고무탄과 최루탄에 직격당해 실명하거나 턱뼈가 부서지는 등 크게 다치면서 공분을 샀습니다.

[앵커]

그리고 최근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죠?

[기자]

네,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시위가 통제불능으로 치달았습니다.

주말 사이 무려 3천여개 점포가 약탈당했고, 한 소도시에선 140년 넘은 시청건물이 불탔는데요.

55만여명의 인파가 몰리는 와중에 극단주의 운동가와 폭도들이 뒤섞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19일부터 주요 도시들에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프랑스 총리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배치된 경찰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의식해 군 병력까지 동원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까지 대규모로 분노가 폭발한 겁니까?

[기자]

유가상승 등 여파로 생계부담은 커졌는데, 정부가 복지혜택 줄이고 재정긴축을 내세우자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단적인 예로, 이번달 프랑스 경유가격은 우리 돈으로 리터당 3천4백원을 넘겨 1년 전보다 44% 급등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0년대 후반 프랑스를 휩쓸었던 노란조끼 시위도 기름값과 직결되는 유류세 인상이 도화선이었습니다.

당시 마크롱 정권은 저소득층 세금감면 등 100억유로 넘는 당근책을 제시해 사태를 진정시켰는데요.

그때와 달리 이번엔 시위대를 달랠 여력이 없습니다.

얼마 전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에는 은퇴자 연금상승률을 낮추고, 병가수당과 공공부문 임금예산을 삭감하는 등 방안이 담겼습니다.

나라엔 돈이 없고 증세는 역풍이 거세니 지출이라도 줄이려는 건데요.

이마저도 반발이 큰 탓에 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분명합니다.

[앵커]

재정적자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닌데, 유독 프랑스가 부각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프랑스는 무려 50년 넘게 재정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5.4%에 달하고 국가부채 비율은 곧 120%를 넘길 전망인데요.

이번 사태 도화선이 된 교육분야만 봐도 왜 이렇게 됐는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얼마 전 고등학생 노조 사무총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고, 돈이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 말하는 건 우리 역할이 아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5성급 레스토랑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적절한 환경에서 공부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즈는 교육부가 예산삭감 대상에서 빠진 몇 안 되는 부처고, 관련 지출이 줄곧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냐는 건데요.

"지난해 기준 공교육 예산의 약 13%가 교사들의 후한 연금 지급에 사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매년 줄었고, 현직교사 임금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습니다.

마크롱 정권의 연금개혁은 사실상 좌초됐고, 프랑스 전체 GDP의 무려 14%를 연금부담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교육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셈입니다.

[앵커]

그만큼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건데,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죠?

[기자]

네, 이번 주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5.1%를 넘겼습니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는 1.8%포인트에 육박해, 유로존 위기가 있었던 지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는데요.

같은 유로존 내에서도 유독 프랑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커졌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심지어 프랑스 국채금리가 일부 프랑스 회사채 금리를 웃도는 비정상적인 역전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프랑스 정부가 부도날 확률이 몇몇 기업보다도 높다고 보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기업이 국가적 충격에서 자유롭긴 어렵습니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채무불이행 보험료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도이체방크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최근 더 높아졌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대표 주가지수도 최근 두 달 새 10%가량 하락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에 따르면 프랑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가장 선호도가 낮은 시장으로 꼽혔습니다.

[앵커]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와요?

[기자]

네, 이젠 프랑스가 '유로존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면서 과거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프랑스의 경제 규모가 그리스보다 크고, 과거에 없던 유럽중앙은행이라는 안전장치도 있지만 문제는 방향성"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반발을 무릅쓰고 긴축조치에 나설만한 동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은 "프랑스 부채규모가 그리스 10배가 넘는 만큼 단순한 구제금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역시 "프랑스는 '실패하기엔 너무 큰 나라'를 넘어 '구제하기엔 너무 큰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짚었는데요.

"프랑스의 위기가 유로존 전역으로 파급되며 유럽의 단결을 파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반대로 이번 사태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죠?

[기자]

네, 블랙록은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번질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그 근거로 프랑스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 2011년 이후 급등했지만 유로존 전체는 당시 89% 수준으로 다시 내려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언론인터뷰에서 "프랑스 채권시장 혼란이 전이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안전자산을 찾아 미 국채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프랑스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한 당일, 미국이나 독일은 물론 그간 금리 급등 우려가 컸던 영국, 일본 등 국채 역시 큰 동요가 없었습니다.

[앵커]

그 말은 이제 유럽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로 들립니다?

[기자]

네, 파이낸셜타임즈의 한 칼럼은 "국제 정치 권력은 점점 더 경제적 병목 지점의 통제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유럽은 여기서 소외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유럽이 월드컵에서 미국을 꺾고, 트럼프와 밀착한 FIFA 회장을 굴복시키며 "축구를 통해 보기 드문 지정학적 승리를 거뒀다"고 짚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 등 지배력을 활용해 트럼프 관세에 맞섰고, 유럽의 '희토류'는 축구라는 겁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세계 축구의 요충지가 되는 것보다 반도체나 석유 공급을 장악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축구는 그저 중요하지 않은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일 뿐"이라며 유럽이 '세계 치즈전쟁'에서도 이길거라 예상하지만 정작 중요한 분야에선 무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정광윤 기자([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374/0000539428?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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