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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매일경제. 2026년 10월 20일 보도) ‘매직머니’ 덫에 걸린 프랑스 [송성훈칼럼] (입력 2026.10.22.)

2026.10.22
(매일경제. 2026년 10월 20일 보도) ‘매직머니’ 덫에 걸린 프랑스 [송성훈칼럼] (입력 2026.10.22.)

(최근 들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프랑스 사태를

연금연구회 홈피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국내외 연금동향" 항목에 올린다.

제대로 된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미테랑의 퍼주기 좌파정책
결국은 45년 만에 터졌다
빚내는 정치, 피해자는 국민
혹독한 긴축의 함정에 빠져

“멈춰 주세요! 이게 (시위를 시작한) 이유는 아니잖아요!”

가게 문 옆에 선 여인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통유리를 깨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 검정 복면의 청년들은 샴푸부터 와인까지 온갖 물품을 한가득 들고나왔다. “이러는 목적이 뭔가요?” “절망적이에요.” 청년들을 향해 연신 절규하는 여인의 모습은 지난 주말 프랑스 시위대 현장을 보여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여인의 호소처럼 이번 시위의 출발은 원래 이것이 아니었다. 지난달 18일 파리 외곽지역에서 시작한 고등학생들 시위는 교직원 부족과 노후화한 교육환경 개선이 목적이었다. 쥐와 벌레가 들끓고, 냉난방 시설마저 없어 폭염에 학생이 기절할 정도로 학교 시설이 낡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노동자와 달리 집단세력화하기 어려워 보이는 학생 관련 예산부터 줄였다가 탈이 났다는 분석이 그럴싸하다. 극우 성향의 야당에선 “수십 년간 통제되지 않은 이민의 대가”라고 선동한다. 고교생 시위와 달리 최근 청년들의 상점 약탈과 방화가 폭력 시위 양상으로 전국에 번지면서다.

(잘 부각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프랑스 교육지출 예산은 지난 15년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고도 10% 이상 늘어났다. 반면 중·고등학생 1인당 예산지출은 2% 줄었다. 공공 교육 예산의 13%가 교사들의 후한 연금 기여금으로 빠져나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있다. [AP뉴시스]

원본보기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있다. [AP뉴시스]

사실 프랑스 시위는 수십 년간 누적된 빚 청구서에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며 터져나온 사태다. 프랑스는 1974년 이후 단 한 번도 균형 예산을 달성해본 적 없는 만성 적자국가다.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미국과 달리 독자적으로 돈을 찍어낼 수도 없다. 게다가 프랑스 국채의 절반을 쥔 외국인들 눈치를 봐야 한다. 투매라도 할 때에는 금리가 폭등해 재정 여력이 순식간에 고갈될 수 있다.

프랑스가 이렇게 된 건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취임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실용주의자였다. 하지만 집권 과정에서 손잡은 급진 좌파들이 내놓은 정책이 실책이었다. 노동시간을 주당 39시간으로 1시간 줄였고, 유급휴가 5주를 보장했다. 연금을 받는 은퇴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확 낮췄다. 최저임금도 10%가량 끌어올렸다.

좌파 사상가들은 자본가들이 이윤을 독점하는 바람에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대기업과 은행을 국유화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조기은퇴를 통해 노동자 주머니를 채워 주면 구매력이 늘어 생산도 증가하고 실업도 해결될 것이라고 봤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판박이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늘어난 소득으로 질 좋은 독일제 자동차와 일본제 가전제품을 사들였다. 자국산업 부흥이 아니라 수입 폭증과 자본유출로 이어졌다. 국가부채비율은 두 배 넘게 커졌다. 화폐가치는 급락했다. 국민소득도 1만달러 밑으로 급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환경, 정부의 긴축정책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55만명(내무부 추산)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진은 이날 프랑스 남서부 리모주에서 시위 도중

원본보기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환경, 정부의 긴축정책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55만명(내무부 추산)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진은 이날 프랑스 남서부 리모주에서 시위 도중 시청 건물이 불타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결국 2년 뒤 미테랑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긴축정책을 공식화하며 공산당과도 결별했다.

이때 생긴 ‘프랑스 병’은 여전히 치유하기 어렵다. 미테랑 시절의 넉넉한 휴가와 임금 그리고 연금이 정상이라고 믿어서다. 연금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지만, 연금수령 연령은 현재 64세까지밖에 복원하지 못했다. 그것도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이 2년 높여서다. 달콤한 복지는 그만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정치인들은 선거 패배를 당하느니 빚을 냈다. ‘마법의 돈(Magic Money)’ 덫이다. 여기에 고금리 역습이 시작됐다. 프랑스 국가부채 이자상환액만 한 해 670억유로로, 국방비를 넘어섰다. 5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만 1조달러다. 차입비용도 과거 재정위기 국가였던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학교를 보수하고, 부족한 교사를 채용하고, 미래 AI 산업에 투자해야 할 수백억 유로의 피 같은 예산이 오직 과거에 넉넉한 복지혜택을 위해 빌린 빚의, 그것도 원금이 아닌 이자를 갚는 데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 사면초가다. 국제 금융시장을 달래려면 고강도 긴축예산이 불가피하지만, 국민들의 대규모 소요 사태를 촉발할 게 뻔하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뒀다간 프랑스 국채 투매가 벌어져 채권금리가 폭등하고 차입비용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프랑스가 그야말로 혹독한 긴축의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다.

[송성훈 지식부장]

송성훈 기자([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751133?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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