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열린세상] 프랑스, 노르웨이 그리고 한국 (2026.10.28.)
프랑스·노르웨이 동일 조건 적용 시
부담 대비 받는 연금 韓 훨씬 많아
국제기준 맞춘 구조개혁 서둘러야
한국 대표단 일원으로 파리에서 개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금 회의에 2001년부터 2012년까지 거의 매년 참석했던 필자에게 2012년 회의는 특별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0세로 되돌리는 결정을 했다는 말을 회의장에서 들어서였다.
노르딕 국가의 연금 운용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2010년 전후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을 수차례 방문했던 직후라 프랑스 결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시 방문 국가들 중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부펀드를 보유한 노르웨이가 혁명적인 연금개혁을 단행해서다.
노르웨이는 ‘근로기간 동안 내는 돈의 액수만을 확정’해 놓았다.
‘납입 원금과 투자수익을 더해 사망할 때까지 매달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 즉 확정기여(DC)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낸 만큼 받으니 재정 불안정과 세대 간 불공정 문제가 생길 리 없다.
매년 막대한 국부펀드 수익이 발생해도 그 일부만을 현세대가 사용한다.
매년 투자수익 일부(실질 수익 기준으로 약 3%)만을 정부 예산에 사용하도록 법에 정해놔서다.
현시점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약 3000조원(21.25조 NOK)이다.
인구는 560만명인데 국부펀드가 우리 국민연금 1.8배 수준이다 보니, 1인당으로는 우리의 16.5배에 달한다.
노르웨이의 연금제도는 DC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소득대체율 파악이 쉽지 않다. “월급의 18.1%를 부담하면서 연금 받는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41% 수준이다.”
2024년 OECD 연금 전문가 회의에 참석했던 노르웨이 통계청 소속의 헤르만 크루제 박사가 필자의 거듭된 질문에, 추계 담당자로서 자신이 직접 추계한 수치라며 밝힌 내용이다.
최근에 연금 소득대체율이 70% 수준이라고 다수 언론에서 보도하는 프랑스 현실은 어떠한가.
유럽연합(EU)에 제출한 프랑스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연금지급률(Annual accrual rate)이 1.4다.
우리 국민연금의 40년 가입 기준을 적용하면 56%, 연금 감액이 없이 받을 수 있는 42년 가입 요건을 충족한다면 58.8% 소득대체율이 된다는 의미다. 월급의 27%를 부담하면서 받는 프랑스의 현재 연금 수준이 이렇다.
한국은 어떠한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3%이면서 부담 수준은 9.5%다. 2033년에 가서야 13%로 올라간다.
연간 지급률이 1.075로 프랑스처럼 42년 기준을 적용하면 45.15%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33%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비교 대상 OECD 국가들에는 없는 우리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평균적인 수치를 왜곡하고 있어서다.
노르웨이·프랑스와 동일한 조건, 즉 국민연금을 100% 소득비례연금으로 바꾸고, 42년 가입기준을 적용하면 국민연금 모든 소득계층의 소득대체율이 45.15%로 상승한다.
고소득층 대부분이 받게 될 퇴직연금과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제외한 수치가 이 정도다. 노르웨이는 우리와 같은 퇴직연금과 기초연금이 없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다고 아우성이다.
후한 연금으로 나라가 망할 정도라는 프랑스와 비교해도 ‘부담 대비 받는 돈이 훨씬 많게 운영하는 제도’가 한국 국민연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기금운용만 잘하면 고갈 걱정이 없을 거라는 주장들로 인해 개혁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22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회가 지난 5월 서둘러 종료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결정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고통스러운 국민연금 개혁을 피하기 위해, 주가를 띄우기 위해 리밸런싱을 유예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코스피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에 국민연금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국제 기준에 걸맞게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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