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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성식의 시시각각] 혼낸 대통령, 혼난 장관 (2026.10.28.)

2026.10.28
(중앙일보) [신성식의 시시각각] 혼낸 대통령, 혼난 장관 (2026.10.28.)

18세 보험료 지원 두고 언성 높여
자동지원 좋다지만 청년은 불신
연금개혁 같은 게 대통령의 의제

지난 20일 45차 국무회의는 분위기가 사뭇 살벌했다. 딱 3분 그랬다. 이재명 대통령은 혼내는 선생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혼나는 학생 같았다. 이 대통령은 열 차례 가까이 정 장관의 말을 끊었다. 언성이 높아졌고, “이유가 뭐냐”고 네 차례 다그쳤고, “아이고”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대통령은 “그게 왜 손해야. 이익만 주는 거지”라는 식으로 가끔 말이 짧아졌다. 정 장관은 계속 멋쩍은 표정이었다. 대통령의 말은 1070자, 정 장관은 429자였다.

이날 이슈는 18세에게 국민연금 한 달치 보험료(4만2000원)를 지원하는 문제. 내년 1월 시행하며 신청해야 받는다(신청주의). 임신중지약 미프진, 보편적 생리대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대표적 ‘디테일 복지’다. 이게 얼마나 중요하길래 대통령이 화를 냈을까.

18~27세는 학업·군복무 등을 고려해 국민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내면 나중에 추후납부(추납)해서 연금을 늘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제도를 잘 아는 부모만 활용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형평성에 문제 있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지사 시절 18세 청년에게 보험료를 자동으로 내주려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사회보장 근본 원칙에 안 맞는다”며 막았다.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내는 사회보험인데, 정부가 내주는 게 취지에 안 맞다는 것이다.

‘자동 지원’이 나쁠 게 없다. 본인이 싫으면 추납하지 않으면 된다. 이 대통령은 “청년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라”며 “연금재정 때문이 아니냐”며 따졌다. 정 장관은 “첫 보험료 지원을 자동으로 할지 논란이 있었는데, 선택권을 주는 신청주의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말대로 자동 지원이 되면 재정이 더 드는 건 맞다. 그러나 이게 신청제로 바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해 대선 직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공약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바꿨다. 청년의 반발 때문이다. 이들은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나중에 못 받을 것”이라며 연금을 불신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청년들이 ‘우리를 연금에 옭아매려는 게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말한다. 한 달치 보험료를 내주고 생색내면서 왜 억지로 가입시키려 하느냐, 젊은 층은 이렇게 반발한다. 국민연금 불신이 이렇게 뿌리 깊다.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연금 불신이 심한 상황에서 강행하다가는 불신이 더 깊어질 게다. 이 대통령은 복지의 신청주의 타파를 강조해 왔다. 아동수당·부모급여처럼 모두 받으면 가능하지만, 18세 첫 보험료 정책은 결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 연금에도 집요하다. 외국인이 편법으로 국민연금·기초연금을 받는 걸 수차례 지적했고, 20일 국무회의에서 “(편법 수급을 한) 사람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법·불법 수급액은 환수가 당연하다. 그건 내국인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만 강조하면 차별로 비칠 수 있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주가 부양에 동원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0여 년간 이런 적이 별로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주가가 오르자 “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20~30년 늦춰진 걸로 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주가가 떨어져 상황이 달라졌다. 주가 등락에 맞춰 고갈 시기를 따진 전례도 드물다. 법에서 5년마다 성장률·인구 등을 종합해 따지도록 규정한다.

18세 첫 보험료 같은 미시적 정책은 부처에 맡기면 된다. 대통령의 의제, 수두룩하다. 공무원·사학연금 개혁, 손대다 후퇴한 기초연금 개혁 등. 이런 게 청년을 위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설득을 거듭해 국민연금 개혁을 돌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했다. 연금개혁은 두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60989?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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