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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도) 정부 ‘코스피 8000’ 띄우기… “세계 어느 나라도 안 해” (입력 2026.10.23.)

2026.10.23
(조선일보 보도) 정부 ‘코스피 8000’ 띄우기… “세계 어느 나라도 안 해” (입력 2026.10.23.)

[Cover Story]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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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 5000포인트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 6000~7000 될 수 있는데 소심하게 얘기한 것.”(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7000, 8000으로 이어질 것”(4월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

“‘코스피 1만 임박’ 등은 K 황금시대의 징표”(6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현 민주당 대표)

대통령과 총리, 집권당 대표가 잇따라 제시한 코스피 ‘목표치’에 불나방처럼 주식으로 달려들었던 개인 투자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 6월 9144.55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는 불과 넉 달도 안 돼 30% 넘게 주저앉았다.

/그래픽=박상훈

루치르 샤르마(52)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지난 13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코스피가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목표를 제시하는데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애널리스트처럼 유력 정치인들이 주가지수 목표치를 제시하고 전망을 내놓는 것은 “주식 시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주는 행위”라고 했다. 샤르마는 2024년 펴낸 책 ‘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What Went Wrong with Capitalism)’에서 과도하게 비대해진 정부의 시장 개입이 현대 자본주의를 고장 낸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부의 증시·부동산·산업 정책의 맹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도 출신인 샤르마는 모건스탠리투자운용에서 25년간 신흥 시장 책임자이자 최고 글로벌 전략가로 일하다, 2022년부터는 록펠러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자신이 설립한 신흥 시장 전문 투자 회사인 브레이크아웃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도 겸하고 있다. 17세에 인도 경제 일간지 이코노믹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2012년 포린폴리시는 샤르마를 ‘세계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았고, 2015년 블룸버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 명단에 그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지금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포린어페어스 등 해외 유력 언론에 정기적으로 경제 칼럼을 쓰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상당히 숙련된 투자자만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잘 다룰 수 있다”면서 “정부가 당시 시장에서 가장 투기적인 종목을 대상으로 이러한 상품을 허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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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상당히 숙련된 투자자만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잘 다룰 수 있다”면서 “정부가 당시 시장에서 가장 투기적인 종목을 대상으로 이러한 상품을 허용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브레이크아웃 캐피털


“개인들이 증시에 돈 쏟아붓게 부추겨선 안 돼”

샤르마는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증시가 왜 나라의 짐이 되고 있나’라는 제목의 FT 칼럼에서 “한국 증시의 극심한 등락이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한국) 정부는 해법의 일부이기도 한 동시에 문제의 일부”라며 “당국은 증시 부양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투기를 부추겨 왔는데, 이재명 대통령 같은 좌파 지도자의 행보로서는 특히 의외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인 시장 개입 비판
과도하게 비대해진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자본주의 고장 낸다


-왜 정부가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나.

“한국 시장은 글로벌 증시나 다른 신흥국 증시에 비해서도 (주식이) 매우 할인된 가격에 거래돼 왔다. 정부가 주주 환원을 장려하는 조치를 내놓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세계 어느 정부도 주식시장을 정책의 전부이자 궁극적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이 특정 수준에 도달하는 걸 목표로 삼거나, 그게 멋진 일이라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돈을 쏟아붓도록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은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워런 버핏의 유명한 말처럼 주식시장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측정하는) 저울이다.”

정치인이 애널리스트?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돈 쏟아붓게 부추겨서는 안 될 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과도하게 집중하는 게 문제다. 정부는 시장 상승을 부추기는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들어오도록 장려했는데, 이게 엄청난 변동성을 만들어냈다.”

-증시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레버리지 ETF가 아니라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주식 시장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건 좋은 정책이다. 그런데 레버리지 ETF가 그 수단이 될 수는 없다. 퇴직연금 계좌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흘러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픽=박상훈

“한국 증시가 AI로만 주목받는 건 안타까운 일”

-AI 사이클이 꺾이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한국에는 반도체 말고도 다른 산업이 아주 풍부하다. 방산, 조선, 화장품, K팝 등이 있다. 한국 증시는 한 종목(TSMC)의 지배력이 매우 큰 대만 시장과 달리 매우 다각화되어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하는데, 한국 시장이 오로지 ‘AI 관련 투자처’로만 인식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자, 한국 증시 전체가 하락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샤르마는 13일 포린어페어스에 ‘글로벌 AI 붕괴, 호황이 끝나면 무엇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대형 반도체주 급락으로 여름 동안 코스피가 하락했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면서 “이처럼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변동성’은 시장 상승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라고 했다. AI 거품 붕괴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샤르마는 “AI 거품이 꺼질 때 가장 큰 수혜를 보았던 경제들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그 충격은 미국에서 일본·한국·대만으로 번질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쏠림 심한 韓 경제
방산·조선·화장품·K팝 등
다른 산업이 풍부한데도 AI 관련 투자처로만 인식


-반도체주 하락의 다른 요인이 있을까.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국(반도체 기업)이 생산 능력을 얼마나 늘려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비켜서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워낙 많이 생산해서 다른 모두의 이익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오는 ‘횡재’는 어떻게 써야 할까.

“전 세계적으로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수준이 높다. 반도체에서 오는 ‘횡재’를 부채를 갚는 데 쓰길 권한다. 그 횡재 전체를 경기 순응적으로 더 많이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어느 나라도 위기가 오기 전까지 진지한 개혁을 해내지 못한다. 보통 횡재가 생겼을 때 그걸 다 써버리게 된다.”

“정부가 살린 좀비 기업, 한국경제 발목 잡아”

-당신은 한국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경제 규모 대비 높은 가계 부채 비율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 성장이다. 한국의 매우 취약한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비교적 높았던 한국의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지금은 낮아졌다. 한국에 ‘좀비 기업’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정부 보증 프로그램 덕분에 좀비기업들이 살아남는다. 정부가 과도하게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출 만기 연장도 매우 쉽게 이뤄진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좀비 기업이 많아지면 어떤 악영향이 있나.

“구조 조정이 지연되고 (각종 제도가) 이미 존재하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하면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한국 기업의 19%가 좀비기업으로 추정된다는 데이터를 봤는데, 좀비기업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건전한 기업의 투자 증가율도 0.14~0.18%포인트 줄어든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개발(R&D)에 GDP의 4% 수준의 자금을 쓴다는 게 한국의 큰 강점이다. 덕분에 한국 경제의 한쪽 끝에는 최첨단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있는데, 반대쪽 끝에 서 있는 좀비기업이 이런 긍정적인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

韓 경제 좀먹는 좀비기업
좀비 기업 늘어날수록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새 기업 진입 어려워져

-어떤 산업 정책이 필요할까.

“건전한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안전판을 갖추고 상시 기업 퇴출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좀비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줄이고,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산업정책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한국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국가가 뒷받침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있다고 들었다. 기금 내 자금이 AI 같은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국가가 어떤 부문에 투자할지 고르게 되면 기업들은 스스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분류표’ 안에 들어가는 게 수익성이 더 높은 전략이라는 걸 배우게 된다. 보조금이 포함된 자본을 너무 많이 제공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박상훈

“주택 정책은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자산가격 상승이 세대 간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문제다. 미국만 해도 소수 대형 기업이 주식 시장 상승세를 주도할 때 세대 간 부의 격차는 커진다. 보통 더 나이 들고 부유한 사람이 이런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40세 미만인 사람의 주택 보유율은 28% 정도인데, 8년 전에는 이 수치가 40%였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반(反)현직 물결’이 일고 있는데, 사람들이 정부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가 주택 가격이다. 한국에서도 주택 문제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진다.”

-주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주택 공급을 늘려 주택을 더 감당할 만하게 만드는 것이 어느 정부에서나 최우선 정책이 돼야 한다. ‘제한된 공급’이 주택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부가 지지율을 높이려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문제는 구조적 위기로 꼽힌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최악의 수준이라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여성이나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고, 이민자 친화적인 사회가 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로봇 도입 확대까지 포함해 ‘총력전’을 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성이나 노동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정년 연장을 고려할 때는) 현재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이 (1년 전 같은 달 대비) 29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래픽=박상훈

“금리 오르면 버블은 터졌다. 어김없이”

샤르마는 최근 FT 칼럼에서 ‘장기금리가 5% 선을 확실히 넘어서면, 그 충격으로 AI 붐이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국가 채무 문제가 부각되며 지난 8월 전 세계적으로 국채 매도세가 이어졌는데,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 AI 버블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섰지만 미국 증시는 버티고 있다.

“AI 버블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버블은 돈의 흐름이 긴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는 계속 부풀어 오른다. 결코 저절로 버블이 꺼지는 일이 없다. 이제는 긴축 국면에 접어들었고, (버블 붕괴까지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AI 거품은 결국 터질 것이다. 지난 300년간 모든 버블은 금리 상승 때문에 터졌다. 금리 상승이 버블 붕괴를 불러올 수 있는 ‘단일 최대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그 일(금리 상승)이 일어났고, 앞으로 금리가 높이 오를수록 버블이 터질 위험도 커질 것으로 본다.”

전 세계적 AI 버블 현상
지난 300년간 거품은 금리 상승을 계기로 터져
AI 버블 붕괴 시간 문제


-일부에선 ‘AI 붐’은 과거 버블 붕괴 사례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장기물 금리가 5%를 넘어섰고, 실질금리도 3% 수준이다. 이 정도 금리 수준이 오래 지속될수록 문제가 심각해질 거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닷컴 버블 시기인) 2000년이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7년 금리가 올랐을 때 사람들이 했던 말들을 살펴보라. 모두가 금리 상승에 대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엔 어떻게 됐나.”

-2027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

“금리 상승에 대처하는 일이다. 지난 20~30년간 세계 경제는 ‘이지 머니(easy money·금리가 낮아 쉽게 빌릴 수 있는 자금)’를 먹고 자랐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부채 규모가 매우 커졌는데, 긴축적인 통화 시스템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거시 경제’ 대 ‘미시 경제’의 싸움이다. 미시 차원에서는 AI 도입이 급증하고, 덕분에 기업이 큰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 거시 차원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부채 잔액이 부풀어 올랐는데, 공짜 돈의 시대가 끝나 버렸다.”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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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가문 패밀리오피스에서 출발한 미국 자산운용사 록펠러캐피털매니지먼트(RCM)의 글로벌 부문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 인도 출신으로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에서 25년간 신흥시장 책임자와 최고 글로벌 전략가를 지냈다. 투자자이자 유명 칼럼니스트로, 뉴욕타임스를 거쳐 현재 파이낸셜타임스에 칼럼을 연재한다. 2016년 내놓은 책 ‘애프터 크라이시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는 월스트리트저널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2012년 포린폴리시 ‘세계 100대 사상가’, 2015년 블룸버그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홍준기 기자 [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4005534?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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