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좋은 장’에 원칙 접은 국민연금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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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는
최근 국민연금기금 운영 관련한
중앙일보 이 에스더 기자의
소신있는 칼럼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연금연구회 2026. 8. 3.)
이 좋은 장을 기준 때문에 포기하면 우리가 바보가 될 수 있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6월 국내 주식 비중 확대 논란과 관련된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한 달여 만에 이 말은 씁쓸하게 돌아왔다.
반도체주를 앞세워 치솟던 코스피가 급락하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도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사지 않았는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가가 폭등해 비중이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과 위험 분산을 고려해 국내 주식 비중을 꾸준히 낮춰왔다. 목표 비중을 넘으면 주식을 팔아 원래의 자산배분으로 돌아가는 리밸런싱도 그 원칙의 일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1월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고, 5월에는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갑자기 끌어올렸다. 목표에서 더 벗어날 수 있는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허용 범위까지 넓히고도 수치는 감췄다. 공교롭게도 리밸런싱은 지방선거가 치러진 뒤인 6월 말까지 유예됐다.
증시가 과열된 시기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던 원칙을 바꾸고 판단 근거마저 공개하지 않았으니, 연금을 증시 부양에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불과 두 달 전 대통령과 정부는 증시 상승이 연금 재정에 가져온 효과를 앞다퉈 강조했다. 주가가 급등하던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 급등을 ‘주식 평가의 정상화’라고 표현하며 이를 ‘고통 없는 연금개혁’의 수단으로 거론했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운용수익 덕에 기금 소진 시점이 늦춰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으로 불어난 몫의 상당 부분은 팔아서 확정하기 전까지는 평가이익일 뿐이다. 주가가 꺾이자 장부 상의 이익도 빠르게 줄었다. 일시적인 증시 호황을 연금 구조개혁의 대안처럼 내세워선 안 되는 이유다.
좋은 장을 누리는 것은 기금운용자의 책무다. 다만 수익을 좇는 동안에도 기금의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시장 전망이 빗나가거나 정치적 요구가 밀려와도 흔들리지 않도록 자산배분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다.
개별 종목의 매매 시기와 물량을 공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 주식 한도를 왜 크게 늘렸는지, 어떤 장기 수익·위험 분석을 거쳤는지는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회의록은 4년 뒤 공개하고 핵심 수치에는 비밀 딱지를 붙인 채 ‘좋은 장’만 강조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좋은 장을 누리는 것과 좋은 장에 취하는 것은 다르다. 국민연금이 지켜야 할 것은 오늘의 코스피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다.
이에스더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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