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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TV 조선) [윤정호의 앵커칼럼] 고려장이 무서우면 (2026.10.23.)

2026.10.23
(TV 조선) [윤정호의 앵커칼럼] 고려장이 무서우면 (2026.10.23.)

"빵을 달라!"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식량난과 물가 폭등에 분노한 파리 여성들이 베르사유 궁전으로 행진하면서 외친 구호입니다.

"자유를 위해 싸웠던 우리. 이젠 빵을 위해 싸우네. 프랑스 만세! 프랑스 만세!"

역사의 격변에는 언제나 먹고사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요즘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시위도 출발은 소박했습니다.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이었죠. 학생들의 항의에 교사와 대학생, 노동조합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습니다. 이제는 교육 문제를 넘어 청년 실업과 빈곤, 세대 간 불평등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요. 우린 돈이 충분하지 않아요."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건 단순한 오늘의 가난이 아닙니다.

미래는 캄캄한데, 나이 든 세대의 연금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프랑스 교육 환경이 열악해진 원인도 교육 예산의 32%가 공무원 연금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팀 블란다스 교수는 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래 투자가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른바 '제론토노미아 (gerontonomia)', 즉 '고령층 중심 경제'로 정의했습니다.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린다는 일본의 기로설화. 우리에게도 고려장이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찌 보면 제론토노미아를 막기 위한 젊은 세대의 '생존 경제학' 이었을 겁니다. 이런 비인간적 관습이 더 이상 설 자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 입니다. 프랑스도 이를 위해 연금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시위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각한 연금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고 반도체 호황을 일회성 지출로만 소비한다면 미래는 암울합니다.

노인을 버리는 고려장은 설화로 끝났지만, 청년의 미래를 버리는 고려장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10월 23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고려장이 무서우면'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448/000064666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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