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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중앙일보) “연금 방치하면 진짜 폭탄…프랑스보다 더한 충돌 온다” (2026.10.23.)

2026.10.23

대규모 시위로 프랑스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열악한 교육환경, 고물가, 양극화 등이 맞물렸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재정지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세대다. 청년들이 일자리∙소득∙자산 등 삼중(三重) 소외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상황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과 고령화, K양극화란 구조적 변화의 무게를 여러 세대가 나눠 가져야 한다며 국가 비전과 정책 등을 두고 파격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 차이가 194만원으로 더 벌어져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격차가 나타났다. 사진은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직정보 게시물. 연합뉴스

원본보기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 차이가 194만원으로 더 벌어져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격차가 나타났다. 사진은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직정보 게시물. 연합뉴스

우선 체계적인 국가재정 관리 철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프랑스 시위를 촉발한 여러 원인이 있지만, 핵심엔 ‘연금’이 있다고 짚었다.

고령층 반발 속에 갈지(之)자를 그린 연금개혁 등이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연금 문제를 방치하면 향후 프랑스보다 심한 세대 간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며 “청년층 부담을 덜어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무지출 부담을 키우는 기초연금에 대해선 “소득 하위 70% 노인에 묶인 지급 대상자를 줄여야 한다”면서 “그 대신 저소득 노인의 절대빈곤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기초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구조개혁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증시 호조로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다는 얘기 속에 골든타임이 많이 지나갔다”며

“재정 안정성을 챙기는 구조개혁이 진행돼야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반도체 호황을 국가채무를 줄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면 최근 재정 확장의 후유증으로 재정 운용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풍년에 빚은 그대로 놔두고 들어온 세수를 다 쓰면 저수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지출 확대로 연결하기보다 국가채무 부담을 줄이고 향후 경기 침체에 대비할 재원을 축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자리도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 진학률이 70% 이상이지만 정작 대졸자까지도 갈 곳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취업난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의 신규 채용 감소, 경력 선호, 비정규직 증가 등과 맞물려 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역시 “본인의 사정이든 불가피한 사정이든 많은 청년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눈높이가 높다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은 큰 걸림돌”이라며 “청년들이 극심한 경쟁 없이도 원하는 일자리를 갖고, 격차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전반적인 안전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건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부처별로, 정책별로 파편화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졸업 이후, 전역 이후 등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큰 구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실제 삶의 경로를 연결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다층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정규직 등 노동시장 내부자의 권리는 강화되고 있지만, 청년 등 외부자가 내부로 진입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진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청년 취업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취업이 늦어지면 소득과 숙련을 쌓을 기회가 줄고, 주거 독립과 자산 형성도 늦어지기 때문에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연금 문제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자리와 연계해 직장 가까이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청년 취업난과 경제적 박탈감은 오래전부터 누적됐는데 반전시킬 만한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청년들의 누적된 불만을 단순히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로 모아내고,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기존과 다른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격차 해소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황경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와 직결되는데 중소기업의 생산 방식과 근로자를 대하는 태도, 근무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첫 취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황 연구위원은 “첫 직장을 잘못 선택하면 이후 경력에도 불리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취업 재수·삼수를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게 첫 해법”이라고 말했다.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근무 환경, 조직 문화 등 비금전적 보상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대다수 직원은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자신의 임금은 오르지 않으니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다른 산업이나 연관 산업으로도 퍼져 경제 성장의 온기가 고르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발 초호황으로 수출은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5년 만에 3% 이상을 바라볼 만큼 호조를 보이지만 반도체 이외 산업의 온도는 전혀 다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박탈감의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정규직 사이에서도 산업과 업종에 따라 보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청년의 교육·훈련과 구직 기간 생계 지원책이 더 과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줄이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주희 교수는 “예전엔 취업한 뒤 소득을 모아 자산을 축적하는 경로가 작동했지만, 이제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준비 단계부터 부모의 경제력이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취업 기회의 격차가 소득과 자산의 격차로 이어지는 계층 대물림 구조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지금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남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박현주 기자, 정종훈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59960?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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