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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金研究会

(더스쿠프) 국민연금이 정치의 '쌈짓돈'인가… 120조 증발의 실체 [관점+] (2026.10.23.)

2026.10.23

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
(불장의 이면 8편 )

깜깜이 책임론
국민연금 기금운영위 독립적인가
깜깜이 의사결정에 감춰진 문제들
기금위 구조 혁신 테이블에 올려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 위원장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는 의료 전문가다. [사진 | 뉴시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 위원장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는 의료 전문가다. [사진 | 뉴시스]

# 연금과 정부 색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의장은 민간 전문가다. 위원회 구성원 역시 금융·경영 CEO, 경제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다. 캐나다만 그런 게 아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성격도 비슷하다. ABP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수탁위원회 구성원 13명 중 12명은 근로자·사용자 대표다. 언뜻 봐도 독립적이다. 

두 나라가 연금의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기구에서 '정부 색깔'을 빼버린 덴 이유가 있다. 이들이 굴리는 자금이 정부의 입김조차 들어가선 안 될 국민 돈이어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쉽게도 반대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민연금을 자신들 '쌈짓돈'처럼 쓰려 했다. 그래서 논란을 일으킨 적도 많고, 법적 문제로 비화한 사례도 있다. 

# 독립성 약한 기금위원회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는 좀 다를까. 답하기 쉽지 않다. 이전 정부들과 다를 게 없어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의 구조는 여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기금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정은경)이다. 기금위 위원 21명 중 당연직은 7명인데, 모두 정부 관료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정부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보자. 기금위 의결 정족수는 '위원 과반 출석(11명)에 출석위원 과반 찬성(5.25명)'이다. 기금위 회의에 최소 인원(11명)만 참석했다면, 오로지 정부 관료만으로 국민 돈을 주무를 수 있다. # 혁신인가 퇴행인가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은 '정부 편향적 제도'를 개혁할 뜻을 내비친 적 없다. 혁신은커녕 되레 '퇴행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공동발의한 법안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선원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선 이 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장의 급격한 변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기금위의 심의를 거쳐 목표 비중을 달성하기 위한 자산의 매도 또는 매수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 운용자산의 '리밸런싱(Rebalancing)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는 건데, 자칫 기금위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참고: 리밸런싱은 시장 가격 변동으로 달라진 자산 비중을 목표 비중에 맞도록 매수·매도를 통해 재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픽 | 더스쿠프,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원본보기[그래픽 | 더스쿠프,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깜깜이 운영  

그렇다고 기금위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 돈을 운용하면서 정작 국민에겐 그 과정을 친절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기금위는 올해 1·5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20.8%로 끌어올린 과정을 4년간 비밀에 부쳤다. 

이 결정으로 국민연금 운용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규모가 212조7850억원(1월 말 330조4190억원→6월 말 543조2040억원) 늘었지만, 국민은 그 이유와 배경을 2030년에야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기금위는 이때 '늘어난 212조원'을 6월말까지 리밸런싱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금위가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을 사고팔 수 없도록 제한한 셈인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알 수 없다. 전형적인 '깜깜이'다. 

# 리밸런싱 유예의 덫 

문제는 불투명한 '리밸런싱 유예' 결정이 국민연금 운용의 선택지를 좁혀놨다는 점이다. 6월 상승장에서 국내 주식을 팔지 못한 국민연금은 7월 폭락장에선 '추가 매수'에 실패했다. 그사이 국내 주식 평가액은 124조6460억원(6월 말 543조2040억원→7월 말 418조5580억원) 감소했다. 바로 이것이 최근 국감에서 불거진 '국민연금 124조 증발 논란'의 실체다. 

물론 정부와 집권여당은 '확정손실이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의 일침을 들어보자.

"국민연금은 세금으로 조성한 게 아니다. 가입자가 납부한 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리밸런싱을 못하게 막는 건 수익을 내지 말라는 것과 같다. 리밸런싱을 제어했을 때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도 불투명하다. 정치가 시장에 관여해 국민연금의 목적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의 의사결정구조는 과연 투명할까. [사진 | 뉴시스]

원본보기국민연금 기금운영위의 의사결정구조는 과연 투명할까. [사진 | 뉴시스]

# 고질병과 대안 

어떤가. 이렇게 불투명한 기금위에 우리의 노후자산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는가. 이젠 기금위의 독립성을 확보할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이재명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부가 만들어낸 고질적 병폐다. 그러니 여야가 갈라설 이유도 없다. 

국민의 돈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하루빨리 '공론화의 장'에 올려야 한다. 이게 정치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몫이다. 우리가 視리즈 '불장의 이면' 마지막 편에서 이 문제를 짚어본 이유도 같다. 국민연금은 집권세력의 쌈짓돈이 아니다. 두말할 필요 없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email protected]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665/0000008412?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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