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연구회 성명서 보도. 중앙일보) [취재일기] 국민 노후보다 코스피를 지킨 국민연금 (2026.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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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182조원 넘게 줄었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6월 말에 비해 35.3% 쪼그라들었다 (515조9293억원→333조5330억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31조원가량 줄었다. 전체 감소액의 71.8%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키웠던 반도체 쏠림이 하락장에서는 위험으로 돌아왔다.
확정 손실이나 기금 전체의 운용손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된다.
시간을 돌려보자. 국민연금은 올해 1월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5월에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였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그대로 뒀다면
“매일 8000억원 이상, 전체 코스피 거래 대금의 10% 이상을 던져야 해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본보기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현동 기자
하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뉴프레임워크’라는 이름 아래 국민연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노골화되었다”며
“리밸런싱 유예 방침을 왜 자발적으로 먼저 공개했고, 유예 기한은 왜 하필 올해 6월까지였느냐”고 따져 물었다.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 공개도 요구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나 증시 부양 수단으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이미 정해진 기금운용 원칙을 정치적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런 바보 같은 정책으로 외국인들 배만 불렸다”고 비판했다.
야당에선 특검 주장까지 나온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연금 지출이 2025~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7%포인트 늘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금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을 2056년에서 2064년으로 늦춰놓긴 했지만, 향후 정부 목표인 연평균 5.5%의 운용 수익률을 꼬박 달성해도 2071년이면 고갈된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보다 정부의 기금운용위가 더 주목받는 현실은 정상적인가.
국민연금이 지켜야 할 것은 코스피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다. 당장의 증시 방어보다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먼저다. 그런데 최근 공단의 운영은 증시에 초점이 맞춰진 듯했다. 정치인 출신 이사장을 앉힌 이유가 딴 데 있다는 의심이 공연히 나오는 게 아니다.
박유미 경제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