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투데이) [광화문] 노란 조끼와 닛뽄 중독세대의 교훈 (2026.10.23.)
미래 없는 삶에 좌절한 프·일 청년들
체제 부정 폭력,극우 모험주의 치달아
한국 청년들 폭발하기 전 해법 찾아야
![[파리=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트럭을 타고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 등도 가세한 이들의 시위는 정부의 대](https://imgnews.pstatic.net/image/008/2026/10/23/0005430478_001_20261023135908899.jpg?type=w860)
원본보기[파리=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트럭을 타고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 등도 가세한 이들의 시위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6.10.14. /사진=민경찬
프랑스 청년들이 다시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치솟는 물가와 열악한 교육 환경,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이 거센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좌도 우도 아닌 진보'를 외치며 '개혁의 아이콘'으로 등판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혼수 상태에 처해 사망 선고를 기다리는 처지에 몰렸다.
정권과 기존 정치권을 향한 극도의 불신은 극우 국민연합(RN) 마린 르펜을 유력한 차기 프랑스 대권 주자로 만들었다.
청년들의 정당한 분노가 아이러니하게도 극우 정치인의 숨통을 터줬다. 르펜의 대선 가도에 "6차선 고속도로가 깔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프랑스 대혁명의 가치를 이어온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의 본산 프랑스의 정치 이념 지도가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KBS 다큐멘터리 '닛뽄 중독세대'를 시청하다 프랑스 거리의 청년들을 떠올렸다.
장기 불황과 미래에 대한 절망 속에서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옛 영화를 동경하게 된 일부 일본 청년 세대의 왜곡된 '나라사랑(애국)'을 조명한 시사 프로그램이다.
10~20대 청년들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욱일기를 든 채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고 기미가요를 제창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재일 한국인 출신의 16세 소년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며 식민 지배를 옹호했다.
구직에 실패한 한 청년은 외국인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분노를 쏟아내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경제적 좌절이 배타적 민족주의, 군국주의와 조우한 모습은 섬뜩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프랑스와 일본은 서로 다른 역사와 정치 체제를 가졌지만 구조적으로 적잖이 닮아 있다.
초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폭증, 복지·연금 지출 팽창으로 인한 만성 재정 적자와 장기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재원이 고갈돼 부담이 온전히 청년층에 전가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치와 집권세력 역시 판박이다. '잃어버린 30년'을 지나는 사이 장기 집권한 자유민주당(자민당)은 경제 활력을 되살리지 못 하고 일본 사회에 깊은 무력감을 남겼다.
극좌와 극우의 극심한 분열 속에서 중도 해결사를 자처했던 마크롱 정부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로 식물 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어떤가.
열심히 공부해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운 좋게 취업해도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재력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다는 냉소가 어색하지 않다.
껑충 뛴 주거비 부담에 독립도, 결혼도, 출산도 녹록지 않다.
'노력하면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정치를 향한 청년들의 환멸과 무관심이 극에 달했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우리 청년들이 프랑스 또래들처럼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본의 청년들처럼 절망적인 현실의 탈출구를 극단주의 이념에서 찾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프랑스의 거리에서 분출된 청년들의 분노와 일본 우익 청년들의 이념 과잉은 한국 정치를 향한 엄중한 경고음이다.
국가의 미래 비전을 논하면서 정작 청년의 삶을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 청년이 희망을 잃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
이재명 정부가 모든 국정의 들머리에 청년 해법을 가져다 놓길 바란다.
청년 문제는 이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오상헌 정치부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