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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金研究会

(중앙일보) [사설] 돈 쓸 궁리만 하는 정부, 프랑스의 길 가려는가 (2026.10.24.)

2026.10.23

821조 수퍼예산 등 확장재정에

한은총재 쓴소리

“일시적 재원 기댄 지출 확대

되돌리기 어려워”

연금 등 개혁 실패한 프랑스 반면교사 삼아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방만한 재정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신 총재는 22일 금통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재정은 지속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일시적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 증가가 생기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국회에서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 신 총재는 “내년 예산안엔 GDP(국내총생산) 영향이 크지 않은 이전지출(정부가 대가 없이 지출하는 돈) 항목이 상당히 존재한다”고도 했다.

한은 총재가 정부 재정 정책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기 부침이 심한 반도체 산업의 일시적 호황만 보고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렸다가 경기가 급락하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현실적 지적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초과세수를 믿고 821조원 수퍼 예산을 편성하는 등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앞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각계의 우려에 한은 총재도 가세한 모양새다.

우리는 프랑스의 폭력 시위 사태에서 포퓰리즘에 기댄 무모한 재정 지출과 연금 등 구조 개혁 실패가 사회를 어떻게 파괴적 혼란으로 내모는지 목격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 재정 지출을 줄이면 사회적 불만이 더 높아지고 긴축하지 않으면 재정 위기에 빠지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물론 열악한 공교육 환경에서 촉발한 프랑스 학생 시위는 재정적자로 인한 공공서비스 악화뿐 아니라 이민자·난민을 둘러싼 갈등 등 현재 대한민국과 다른 점도 많다. 하지만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구조 개혁 실패로 인해 사회가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금 수술을 방치하고 방만한 재정 운용 기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향후 프랑스보다 더한 세대 간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고까지 경고한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정권 초기의 개혁 동력을 살리지 못하고 각종 연금의 개혁을 미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내는 돈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렸지만 동시에 은퇴 전 평균 소득의 40% 받던 것을 43%로 인상해 미완의 개혁에 머물고 있다. 근본 수술은 미루면서도 지난 6월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목표 확대(14.9%→20.8%)로 증시 부양에 국민연금을 동원해 국민 노후자금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후 증시 급락으로 국민연금은 3분기에 182조원의 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지급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초연금 개편도 시늉만 내다 접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719만 명에서 2050년 1300만 명까지 늘어난다. 2019년 11조5000억원이던 기초연금 예산(국비 기준)은 이미 올해 23조1000억원으로 두 배 뛰었고, 내년엔 25조7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이대로면 고령층을 위한 막대한 연금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된다.

정부가 미래를 준비한다며 신설하는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도 정부 쌈짓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기금 실집행 사업 130개 가운데 122개가 2028년 이후에도 예산이 필요한 다년도 사업이다. 게다가 농어촌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 성격이 14개 사업에 10조원에 육박한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미래대응기금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현재대응기금이란 야당과 학계의 비판은 지나치지 않다.

정부·여당은 물론 정치권은 불타는 프랑스를 남의 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방만한 재정 운용을 고집하고 사회 개혁을 외면한다면 한국은 결국 프랑스와 같은 재정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위험이 크다. 돈을 풀어 표를 얻으려 하지 말고 미래를 고민해주기 바란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60125?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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